"요즘 무슨 일이야"…'새우꼬치 1만원' 명동의 대반전

입력 2024-04-16 06:52   수정 2024-04-16 07:51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멸'되다시피 했던 명동이 최근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이전과 달리 명동 길거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아니다. 명동 거리는 일본과 유럽 등 중국 외 관광객들이 채우는 모습으로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바가지 물가' 논란이 일었던 노점상 음식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아예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유커 빈자리 채우는 '중국 외 외국인들'
15일 한경닷컴이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서 단기 체류 외국인 생활 인구를 분석한 결과, 3월 시간당 평균 중국 외 외국인 단기 체류 인구수는 1만2285명인 반면 중국인 단기 체류 인구수는 2016명에 그쳤다. 생활인구 데이터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추계한 인구 데이터로 유동 인구를 파악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단기 체류의 기준은 90일 미만으로 방한하는 경우다.

중국 외 외국인이 전월 대비 13.5% 증가하는 동안 중국인은 45.0% 감소한 결과다. 이전까지 명동을 찾은 중국인 단기 체류 인구수는 나머지 국가를 다 합친 것과도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사태 후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펜데믹 당시 바닥을 걸었던 유커 수는 2022년 8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조금씩 늘어났으나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허전했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일본 등 아시아, 유럽 등 다른 나라 외국인들이다. 최근 이들을 포함한 중국 외 단기 체류 외국인의 명동 생활 인구 지표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2020년 초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에 명동을 찾은 3월 시간당 평균 중국인 외 단기 체류 외국인 수는 중국인의 6배에 달하고 있다.

명동은 하늘길이 열린 후에도 중국인들도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는 데다 '바가지 물가'로 골머리를 앓는 듯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격 부풀리기'를 하는 노점이 속출해 구청이 노점 내 가격표시제 의무화를 추진했다. 여전히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여기 가격은 말이 안 된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대부분 외국인들은 맛과 가격에 만족하는 듯했다.
"저녁 식사는 명동 길거리 음식 코스로"

지난 9일 오후 5시께 서울 중구 명동 일대 노점들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낮 동안 각종 로드샵을 둘러보던 이들은 저녁 시간을 앞두고 노점상으로 몰려갔다. 상인들은 영어·일본어 등을 사용하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외국인들은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아이 러브 코리아' 등으로 화답했다.

거리 곳곳에선 깃발을 들고 대규모 단위의 여행객들을 안내 중인 여행사 무리도 포착됐다. 국적은 다양했으나 단체 단위로 온 관광객은 주로 중국이 아닌 아시아계가 눈에 띄었다. 여행사들도 명동의 길거리 음식을 주요 관광 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40여명의 단체 체험 관광객을 통솔하던 한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던 스트릿 푸드(길거리 음식)부터 맛보게 한 뒤 거리를 둘러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들에게 유독 인기를 끈 음식은 1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버터갈릭새우꼬치' 메뉴였다. 이외에도 6알에 6000원인 꼬마김밥 노점 앞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저녁 시간인 오후 6시쯤이 되어서도 인근 식당가보다 길거리 음식 판매대에 관광객들이 더 몰린 모습이었다. 거리에 인파가 몰린 탓에 골목이나 건물 1층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는 이들도 여럿 포착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다이엔(45)은 "명동에 오니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고, 무엇보다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며 "크림버터갈릭새우가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가격이 부담되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여행할 때는 돈을 신경 쓰기보다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게 우선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예 명동 길거리 음식을 여러 개 먹는 '코스' 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닭구이 꼬치를 먹던 인도계 바시시타 바주샨(25)은 "길거리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잘 먹었다"며 "음식의 가격은 어떤 건 비싸고 어떤 건 저렴하고 각기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인도에 비해 명동 길거리 해산물이 50% 정도 더 저렴한 것 같다"며 "다른 것들은 인도의 물가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계자는 "길거리음식의 경우 일본어권은 탕후루를 많이 찾고, 호떡도 많이 찾는다"며 "영어, 스페인권은 어느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념품 파는 노점상도 인산인해

음식 노점 이외에도 한국 관광 기념품을 파는 매대들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아랍에서 온 단체 여성 관광객들은 한국의 전통문화 유산 등 무늬가 담긴 소주잔을 여러 개 챙겨가는 모습도 보였다. 필리핀 국적의 닐루(23)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왔다"며 "알록달록한 오색 무늬 제품들이 예쁜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노점상 모니터링, 추가적인 유인물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명동 노점 등에선 가게마다 같은 제품군을 파는 경우도 많다. 영향력이 큰 K-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군을 제공하는 등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가격이 높게 책정돼있어도 가치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 외국인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보·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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